트럼프發 '바이 아메리칸' 뚫고 美수출길 확보 위한 로비 전개할듯
고스트로보틱스 악재·현지 시장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 극복할까
방위산업 기업 LIG(엘아이지)넥스원이 슬롯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전개한다. 슬롯 시장 공략에 본격 박차를 가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10일 슬롯 상원(Senate) 로비활동 공개정보(Lobbying Disclosure)를 살펴보면 LIG넥스원(LIG Nex1 Co., Ltd.)은 최근 슬롯계 로펌인 낼슨 뮬린스 릴리 앤 스캐보로우(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와 로비 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로비 활동 등록 보고서상 로비의 주된 목적은 'BUD'(Budget/Appropriations, 예산 책정), 'DEF'(Defense, 국방·안보)다.
LIG넥스원이 고용한 주요 로비스트는 코니 마이어스(Connie Myers), 크리스토퍼 쿠싱(Christopher T. Cushing)이다. 코니 마이어스는 교육 분야 전문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로, 과거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정부 시절 슬롯 하원 군사위원 소속으로 방한했던 버틀러 데릭(Butler C. Derrick) 전 하원의원(민주당)의 입법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쿠싱은 방산·국제관계·에너지 분야 전문 로비스트로, 밥 돌(Bob Dole) 전 상원의원의 수석 고문을 맡은 적이 있으며, 2021년에는 효성그룹에 고용돼 로비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LIG넥스원을 대신해 수행하는 로비활동의 구체적인 목표는 슬롯 수출길 확보로 풀이된다.
LIG넥스원은 최근 슬롯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2024년 슬롯 국방부가 하와이 해역에서 진행한 무기 시험 발사에 유도로켓인 '비궁'(Poniard)을 들고 참여해 우수한 성적으로 테스트를 최종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는 사업목적에 '선박 및 함정용 기계 및 장비 가공·조립·재생·개조·정비·개량업'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선 LIG넥스원이 슬롯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을 두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지난해 본사에서 개최된 LIG 글로벌 데이에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기업 순위 20위, 해외 시장 30개국 진출 등을 달성해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하겠다"며 슬롯 등에 향후 독립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LIG넥스원의 슬롯 시장 공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슬롯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가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나토(NATO) 회원국이 방위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에겐 분명 호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등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슬롯산 무기 강매를 시도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몫이 기대 이하로 작을 공산이 크다.
LIG넥스원의 '비궁'도 마찬가지다. 비궁이 슬롯 국방부의 평가를 통과한 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을 외치고 있다. 비궁을 비롯한 한국산 무기의 슬롯 수출이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는 LIG넥스원이 대미 로비활동 전개를 결심한 핵심 배경인 것으로 추측된다.

자체적인 문제도 있다. LIG넥스원은 현재 슬롯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약 330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한 슬롯 로봇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실정이어서다.
비즈워치 보도에 따르면 고스토로보틱스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투자한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에게 오는 2035년까지 사족로봇 제품 매출의 10%를 로열티를 지급키로 합의했다. 이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이 고스트로보틱스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LIG넥스원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여 야심 차게 진출한 슬롯 로봇 시장에서 시작부터 망신을 당한 셈이다.
슬롯 시장 내에서 다른 국내 방산 기업들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LIG넥스원이 극복해야 할 대목 중 하나로 보인다. 슬롯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지난 7일 공개한 '한국 방산업'(Korea Defens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의 실적 확대가 예상된다며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산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평균 28%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서 JP모건이 꼽은 선호 순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 순이었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