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이 그룹 산하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곽재선문화재단을 활용해 KG케미칼과 KG이니시스간 상호출자 관계를 완전 해소시켰다. 향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편입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KG케미칼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살펴보면 이날 KG이니시스는 보유 중이던 KG케미칼 주식 전량(113만285주, 1.65%)을 곽재선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이는 2024년 12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43억1769만 원 규모다. 해당 수증으로 곽재선문화재단의 KG케미칼 지분율은 기존 1.02%(70만 주)에서 2.67%(183만285주)로 확대됐다. KG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KG제로인(케이지제로인)은 이번 거래를 '기부'라고 표현했다.
이로써 KG케미칼과 KG이니시스의 상호출자 관계는 완전히 해소됐다. KG케미칼 지분 3.72%를 갖고 있던 KG이니시스는 2022년 12월 KG그룹 산하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선현에 이중 1.05%를 증여했고, 2023년 12월에는 곽재선문화재단에 1.02%를 넘겼다. 이어 앞서 거론했듯 올해 연말에는 나머지 1.65%도 곽재선문화재단에 증여하면서 KG이니시스가 보유한 KG케미칼 지분은 0%가 된 것이다. KG케미컬은 여전히 KG이니시스 지분 39.58%(지난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를 보유 중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향후 수년 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공정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으로, 이중 공정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한다. KG그룹은 2022년 2년 만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재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5월 공정위 발표 기준 KG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1600억 원(재계 순위 56위)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인 10조 원에 8400억 원 가량 미치지 못한다. 최근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주가 하락세 등을 감안했을 때 올해 KG그룹의 자산총액은 크게 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KG스틸, KG모빌리티, KG에코솔루션,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G케미칼 등 KG그룹 6개 상장 계열사의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총 8조2679억 원으로, 전년 말(8조1348억 원) 대비 1.64%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그러나 곽재선 KG그룹 회장 주도 하에 대형 M&A(기업 인수합병)가 또다시 성사되거나, 국내외 경기가 반등한다면 KG그룹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편입 시점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어 보인다.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에서 KG케미칼-KG이니시스간 상호출자 관계를 해소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KG그룹은 2022년에도 KG에코솔루션(당시 KG ETS)이 보유한 KG케미칼 지분 전량을 실질적 지주사인 KG제로인에 처분하고, 재단법인 선현에 증여함으로써 양사간 상호출자 관계를 푼 바 있다.
다만, KG이니시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KG그룹의 상호출자 해소 방법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 KG케미칼 지분을 매각해 상호출자를 푸는 동시에 투자, 자사주 소각 등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는데, 굳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공익법인에 지분을 증여한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뉴스드림]